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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시대에 ‘잊힐 권리’를 지키는 일

온라인평판관리사 김호진(산타크루즈컴퍼니 대표)


무심코 인터넷에 올린 정보가 쌓여 자신의 평판을 좌우한다면 어떨까? 내가 올린 정보를 삭제할 수 있는 자유, ‘잊힐 권리’를 찾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를 관리하는 온라인평판관리사가 주목 받고 있다. 국내에 온라인 평판 관리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 김호진 대표를 만나 해당 직업의 역할과 전망을 들어 보았다.




악성 댓글 관리에서 시작한 ‘온라인 평판 관리’


지난 2013년 5월, 한국을 방문한 구글 슈미트 회장이 유망한 비즈니스 중 하나로 ‘온라인 평판 관리 사업’을 꼽았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는 ‘앞으로 온라인상의 불필요한 데이터를 관리하는 업종이 부상할 것’이라 예견했다. 국내에도 이른바 ‘디지털 장의사’라 불리는 ‘온라인평판관리사’가 등장했다. 해당 직업은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신규 직군으로 인정받는 등 이 시대의 새로운 직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온라인평판관리사가 IT 시대의 새로운 직업으로 떠오른 배경에는 ‘잊힐 권리’가 있다. ‘잊힐 권리’란 인터넷에서 생성, 저장, 유통되는 개인 정보의 소유권을 강화하고 유통기한을 정하거나 이를 삭제, 수정 또는 영구적 파기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2014년 유럽사법재판소(ECJ)가 잊힐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았다.


과거 모델 에이전시를 운영했던 김호진 대표는 소속 모델의 악성 댓글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온라인 평판관리에 대한 높은 수요를 체감했고, 자연스럽게 ‘온라인 평판 관리’ 시장에 진출했다. ‘잊힐 권리’의 개념이 도입되기 전인 2008년 즈음이다. “초반에는 연예인과 기업을 대상으로 악성 댓글 관리와 브랜드 평판 관리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온라인에 올라간 정보를 급히 삭제해야 하는 개인 고객의 요청이 점차 쏟아졌습니다.”



개인부터 기업까지, 넓은 업무 범위
“사적 정보와 공적 정보의 맥락 파악이 중요”


금융거래기록이 공개되어 피해를 본 사람부터 동영상 유출 등으로 이별한 애인에게 복수를 당한 사람까지 고객의 범위는 다양하다. 과거 SNS에 얼굴을 공개한 청소년들이 시간이 지난 뒤 개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삭제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당시에는 불편하지 않았던 게시물이 훗날에는 잊고 싶은 과거가 되었기 때문이다. 출발점이 어디든지 이미 온라인을 떠도는 정보를 개개인이 접근해 일일이 삭제하기란 쉽지 않다. 그럴 때 온라인평판관리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기업에서도 온라인 평판을 관리한다. 관리 영역은 일방적인 비방이나 경쟁사의 허위 사실 유포 등이다. 얼굴 사진이나 주민등록번호, 집 주소, 전화번호, 학교, 인터넷 아이디 등 사생활 침해가 인정되는 공개 게시물은 삭제할 수 있지만, 기업의 경우 ‘사실 적시’에 해당하면 포털에서 삭제를 거절할 수 있다. 따라서 법적 근거에 따라 삭제 여부를 판단하고, 이를 포털 등에 요청해야 한다.


"법은 정해져 있지만, 법을 해석하는 관점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보의 사회적 맥락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온라인평판관리사는 IT 직종이지만 드물게 문과 출신에게 더 유리한 직업입니다. 우리 회사에서도 문과 출신 신입사원을 주로 뽑고 있고요.”



온라인평판관리사가 되려면?
“자격증은 시기상조, 관련 기업 입사하여 실무 경험 쌓아야”


온라인평판관리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호진 대표는 “관련 업체에 입사해 교육을 받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 말한다. 정규 교육과정이나 자격증 도입 여부가 업계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김호진 대표는 “아직은 산업 도입기에 있어 더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 빅데이터 기법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사용하지만, 이는 입사 후 수습 교육이나 사내 교육으로 충분히 숙지할 수 있다.


온라인평판관리사의 장점 중 하나는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임신이나 출산, 육아 등으로 인한 경력 단절 문제에서 자유롭다. 고객의 온라인 정보를 수집ㆍ분석ㆍ해결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하므로 꼼꼼하면서도 성실한 성격의 사람에게 적합하며, 온라인 환경에 익숙하고 소셜 미디어를 능숙하게 다루는 사람에게 유리하다. 앞으로 ‘잊힐 권리’가 법제화되면, 해당 분야에 대한 수요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 It’s new는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표한 미래 유망직업을 소개하고, 한발 앞서 그 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인터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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