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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의료 시대, 유전 질환의 이해를 돕는 길라잡이

유전상담사 이봄이(단국대학교 제일병원 유전학연구실 연구원)

‘유전자는 병을 알고 있다?’ 유전자나 염색체 이상으로 발생하는 유전 질환은 가족 내에서 여러 세대에 걸쳐 다시 나타날 수 있다. 병을 미리 알 수 있다면, 병이 커지기 전에 예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른바 ‘맞춤형 의료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요즘, 환자에게 유전 질환 정보를 제공하고 이해를 돕는 새로운 직업이 있다. 단국대학교 제일병원 이봄이 유전상담사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유전 질환 이해를 돕는 조력자
‘발병 원인’, ‘결과 해석’ 등 정보 제공


유전상담사는 유전적인 질환에 필요한 대응책을 안내하는 사람이다. 한때 미국과 일본 등 외국에서만 존재하는 특수 직업으로 통했던 유전상담사가 국내에도 보편화되고 있다. 유전상담사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유전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해 의학적ㆍ사회적ㆍ심리적인 부분에서 유전 질환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적절한 대응 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한다.

구체적으로는 특정 유전 질환에 대한 발병 원인과 발병률, 가족력에 따른 우려, 필요한 검사와 건강보험 정보, 관련 연구를 비롯한 진단 결과 해석 등 유전 질환에 관한 모든 것을 환자와 가족들에게 제공한다. 의료진과 검사실 사이에서 유기적인 소통이 이루어지도록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도 유전상담사다. 이봄이 유전상담사는 제일병원 유전학연구실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태아와 성인의 염색체 이상과 유전 질환에 대한 검사와 연구 업무를 수행해오던 중 제일병원 유전학센터장인 류현미 산부인과 교수의 권유로 유전상담사의 길에 입문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검사와 연구 업무에 종사해왔는데, 유전학연구는 하면 할수록 어려워요. 흔하게 나타나는 염색체 이상도 있지만 개인 또는 가계별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희귀한 염색체 이상이나 유전질환이 많거든요. 그래서 결과지를 쓸 때마다 ‘이 내용이 산모들에게 어떻게 전달될까?’ 싶어 고민이 컸죠. 검사실에 있을 때 많은 산모가 자신의 상황을 고려하기보다 지인이나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후기를 보고 검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안타깝기도 했고요.”


전달을 넘어 최선의 선택과 대응까지 “표현은 쉽게, 말투는 따뜻하게”

유전 질환은 당사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족 혹은 때에 따라서는 여러 세대에 걸쳐 이어질 수 있으므로 환자와 가족들의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 하지만 필요한 관련 정보를 일반인들이 접하기는 쉽지 않다. 유전검사법이 첨단화되면서 고해상도의 대량 유전 정보를 짧은 시간 안에 얻을 수 있게 되었지만, 의사가 환자 한 명에게 긴 시간을 할애할 수 없는 국내 진료 여건상 환자가 깊이 있는 상담을 꾸준히 받기 어렵다. 유전 질환을 깊이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한 이유다.

“제가 속해 있는 산과 분야에서는 이전 임신에서의 태아 유전 검사 결과나 유산 이력 등이 다음 임신과 연관되는 경우가 많아요. 건강한 부모에게서도 염색체 이상 아기가 태어날 수도 있고요. 부모들이 막연하게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설명을 충분히 해야 합니다.”

유전상담사는 단순히 의학적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만 하지 않는다. 내담자들이 검사 결과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은 물론, 최선의 선택과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따뜻한 태도와 말투로 상담하는 것도 필요하다.



실무 전문가 중심으로 자격 인증
“2018년부터 유전상담 대학원 과정 이수한 전문가 배출될 것”

의료와 이과 계열, 사회복지학, 심리학 전공자라면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이수하거나 학회에서 진행하는 연수교육을 받고 시험을 치른 후 유전상담사로 활동할 수 있다. 아직 국가공인 유전상담사 자격 제도는 없지만, 일부 대학원에서는 유전 상담 석사과정을 개설해 임상유전학 기초와 의료 윤리, 상담 기술에 대한 교육과 상담 실습을 시행하고 있다.


“대한의학유전학회에서 매년 유전학, 생화학, 상담심리학, 통계학 등을 모두 이수하고 유전 상담 연수 교육을 수료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필기와 실기 시험을 치르고 있습니다. 여기에 실제 상담 경력 등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이들에게 산과, 소아청소년과, 종양 분야에 대한 유전상담사 자격을 인증합니다. 그 밖에도 한국희귀질환재단, 한국유방암학회에서도 유전 상담 교육을 하고 있죠.”


지금까지는 오랜 기간 현장에서 활동해온 학사 이상의 실무 전문가를 중심으로 자격 인증이 이루어졌지만, 2018년부터는 대한의학유전학회에서 인정하는 유전상담 대학원 과정을 마친 전문 인력들이 주로 유전상담사로 활동한다. 유전체 기반 정밀 의료와 맞춤 의학 시대를 맞아 유전상담사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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