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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알파벳도 몰랐던 학생에서 TOEIC 만점자가 된 사연”

2021 부산시민 영어 말하기대회 우승자 한주희 님 인터뷰


‘아는 자가 좋아하는 자만 못 하고, 좋아하는 자가 즐기는 자만 못 하다.’ 영어 왕초보였던 시절을 지나 TOEIC 만점을 받는 영어 강사가 되기까지, 영어 공부가 즐거워 시간이 날 때마다 TOEIC에 응시했다는 한주희 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공자가 남겼다는 유명한 말이 떠오른다. 대학에 진학하고 처음 TOEIC 공부를 시작했다는 한주희 님은 영어 공부에 흥미를 느끼고 TOEIC을 알게 된 후, 인생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지난 2021년에 열린 <부산시민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한주희 님을 만나 TOEIC과 함께한 지난 10여 년간의 영어 공부 여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was가 be동사의 과거형인지도 몰랐어요"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프리랜서 통역가와 영어 회화 강사로 일하면서 네 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한주희라고 합니다.

2021 BeFM 부산시민 영어 말하기대회에서 우승하셨는데요. 어떻게 대회에 참가하게 됐나요?
제 영어 회화 수업을 듣는 수강생 한 분이 대회 포스터를 보내주셨어요.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알게 됐는데 제가 생각났대요.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이사도 해야 하고, 여러모로 바쁜 일이 많아서 상황을 지켜보다가 시간이 되면 해야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상금이 있더라고요. (웃음) 대회 일주일 전에 상금이 있다는 사실을 안 거예요. 그때부터 알파벳도 몰랐던 소녀가 우연히 본 영화를 계기로 영어 공부를 시작해서 TOEIC 만점을 받은 이야기를 가지고 대회를 준비했어요.

예상하셨나요? 수상 소감이 궁금합니다.
상금을 받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우승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참가자 중에 외국에서 15년가량 살다 온 분도 계셨거든요. 감동적인 에피소드를 소개하신 분도 많았고요. 그래서 1등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놀라고 감사했어요.

우승 비결을 꼽는다면요?
대회 날 초청 강사로 와서 강연하셨던 분이 말씀해 주셨는데 제가 가장 전달력이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말을 하는지 다 알아들을 수 있었다고요. 회화 강사로 일하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습관이 생겨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원래 영어 왕초보셨다고요.
실업계 고등학교를 나왔고, 중학교 영어 성적도 좋지 않았어요. 영어랑은 전혀 상관 없는 삶을 살았고, 영어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었고요.

영어를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나요?
열아홉살 겨울에 <미스터 앤 미세스>라는 영화를 봤는데요. 영화 속 배우들이 너무 멋지더라고요. 영어를 배우면 나도 저렇게 말할 수 있나? 싶었고 그때 갑자기 영어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뒤로 유아교육과를 가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영어과에 진학했고요. 그 영화가 제 인생을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본격적인 영어 공부는 대학에 입학한 후부터 시작된 건가요?
맞아요. 그때 제 영어 실력이 어느 정도였냐면 was가 be동사의 과거형인지도 몰랐어요.

그러면 대학 수업을 듣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수업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어요.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고등학교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갖췄다는 전제로 수업을 하니까요. 그래서 한 학기만 듣고 휴학한 다음 바로 TOEIC 공부를 시작했어요. 첫 TOEIC 성적이 200점이었던 것 같아요. 그 뒤로 두 달정도 공부하고 다시 봤을 때 415점을 받았고요.


TOEIC은 내 영어 실력의 토대


영어 왕초보라면 <기초 영어 회화>나 <기초 문법> 수업을 들었을 수도 있었을텐데 TOEIC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나요?
영어과니까 TOEIC 950점을 취득한 친구들이 꽤 있었거든요. 영어 강사로 일하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그 친구들한테 배웠어요. 친구지만 저보다 영어를 잘하고 강사니까 가서 배운거죠. 그리고 그 친구들은 TOEIC 성적이 높아서 장학금을 받았거든요. 그래서 나도 기왕에 영어 공부를 시작할거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TOEIC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처음 공부할 때 어렵지는 않았나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웃음) 그래서 계속 이렇게 공부해도 되는 건가 하고 고민했는데 TOEIC 950점 넘는 친구들이 그러더라고요. 기초부터 배우겠다고 시작하면 절대 기초에서 벗어나지 못하니 모르겠어도 일단 들어야 한다고요. 그러면서 모르겠어도 학원에 와서 자기 수업을 계속 들으래요. 그래서 친구 말대로 일단 시작했죠.

친구들 말이 사실이었네요. 영어 왕초보에서 결국 TOEIC 만점자가 되셨으니까요. (웃음) 그러면 TOEIC 만점을 받을 때까지 몇 번 정도 시험을 보셨나요?
응시 횟수를 말하는 건 의미 없을 것 같고요. 2006년에 시작해서 2011년까지 4년 정도 꾸준히 봤어요. 지금도 실력 점검 차원에서 시간날 때마다 응시하고요.





만점을 받는 게 쉽지는 않잖아요. 혹시 중간에 슬럼프는 없었나요?
당연히 있었죠. 700점대를 취득했을 때 더 높은 점수를 받고 싶어서 진짜 열심히 공부했거든요. 휴학하고 한 달 내내 밥 먹고, 자는 시간만 뺴고 공부할 정도로요. 그런데 오히려 점수가 떨어지는 거예요. 그때 ‘이게 내 한계인가’ 싶었어요. 그래서 공부 다 내려놓고 한두 달 정도는  미드만 본 것 같아요. 그러다 다시 힘을 내보자 싶어서 시험을 봤는데 들리는 게 다르더라고요. 리스닝 실력이 좋아졌다는 걸 체감했어요. 열심히 미드를 본 게 큰 도움이 됐죠. 그때부터 TOEIC 공부랑 미드 시청을 병행했어요.

해외 거주 경험은 없나요?
뉴질랜드 어학 연수를 4개월 정도 했어요. 미국에 한 달 정도 머무른 적도 있긴 한데 1년 이상 장기 거주한 적은 없어요.

TOEIC 성적 높다고 해서 영어 말하기를 잘하는 건 아니라는 인식이 있지만, 말하기도 잘하시잖아요. 어떻게 말하기 실력을 키웠나요?
당연한 거죠. TOEIC은 듣기, 읽기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니까요. 다만 제가 경험해 보니 영어 말하기를 잘할 수 있는 토대가 TOEIC을 공부하면서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TOEIC 점수가 높다고 영어 말하기를 다 잘 하는 건 아니지만, 점수가 높으면 영어 말하기를 잘 할 확률이 높다는 거죠. 저도 영어 말하기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 외국인들하고 자주 이야기하고 따로 연습도 하면서 노력했지만, 동시에 TOEIC 공부도 계속했거든요.

현재는 TOEIC 만점자이자 영어말하기대회 우승자가 됐지만, 그 누구보다 영어 왕초보들의 마음을 잘 아실 거 같아요. 영어 또는 TOEIC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스스로를 왕초보라고 생각해 도전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하신다면요?
영어 뿐만 아니라 모든 문제에 해당하는 말일 것 같은데요. 처음부터 대단한 목표를 세우거나 욕심이 너무 크면 그만큼 빨리 포기하게 돼요. 좌절감도 크고요. 그러니까 작은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하는 게 정말 중요한데요. 이를테면 하루에 30분씩 미드를 보는 등 영어를 접할 수 있는 환경에 자신을 노출해야 해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요. 초보들이 하는 실수 중에 가장 안타까운 건 단어부터 외우는 건데요. 단어나 문법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하면 실력을 키우기 힘들다는 말이에요. 영어 왕초보라면 일단 듣기부터 시작하셨으면 좋겠어요. 재미있는 영어 콘텐츠가 많은 세상이잖아요. 그 중에 마음에 드는 거 하나 골라서 꾸준히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저한테 TOEIC은 게임같아요. 한 번도 억지로 본 적 없었고, 지금도 남편이 아이 기르느라 힘들텐데 왜 자꾸 시험을 보냐고 묻는데요. 재미있으니까 좋아서 보는거예요. 그래서 앞으로도 시간이 날 때마다 계속 TOEIC을 볼 예정이고요. 미드도 꾸준히 보면서 공부해야죠. 그리고 저의 영어 공부법을 궁금해 하는 분들이 꽤 많아서 영어 학습 팁을 알려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거든요.  이 채널에서 가장 조회 수가 높은 게 TOEIC 만점 공부법이기도 한데요. 제가 그동안 영어 공부하면서 느꼈던 것들, 학습 팁 등을 꾸준히 영상으로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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