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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 lesson

“지속 가능한 N잡 하려면? 주변의 말에 휘둘리지 마세요”

배민커넥트로 번 돈 주식 투자하는 홍보담당자 권수현


법학을 전공했지만 게임이 더 좋았다. 밤마다 12시간씩 게임을 하던 재능을 살려 온라인 미디어에서 게임 기사를 쓰는 기자로 일했다. e스포츠 방송사의 홍보팀, 아프리카 TV의 홍보팀을 거쳐 지금은 텀블벅에서 홍보 담당자로 일하는 권수현 에디터. 출퇴근 길에 배민커넥트를 하고, 투자 관련 자격증을 공부하는가 하면, 블로그에 글을 쓰고 보도자료 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며 N잡러로 생활한다. 최근에는 <n잡 시대에 부쳐>라는 책의 공저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글: 배나영(자유기고가)



“N잡,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구나 싶었어요”

“제가 일하는 텀블벅이라는 회사는 크라우드 펀딩을 하기 때문에 창작자들과 꾸준히 소통해요. 새로운 도전을 반기는 회사죠. 그래서 창작이나 외부활동을 권장해요. 제가 운이 좋았죠.”

권수현 에디터는 학교를 졸업하고 여러 직장의 홍보팀을 거쳐 지금의 직장에 정착했다. 올해로 3년 차. 도전을 장려하는 스타트업이어서 그런지 직원들이 활발한 외부활동을 하게끔 응원하는 분위기다. 권수현 에디터는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책을 냈다는 소식에, 유튜버로 활동한다는 이야기에 ‘N잡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홍보팀에서 일하며 알게 된 주위의 기자들이 재테크를 위해 주식투자를 해보라며 권했다. 그래서 주식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주식투자를 시작하고 공부한 지는 몇 년 되었어요. 배당이 나오면 소소하게 용돈 받는 재미에 시작했는데, 재미있으니까 잘하고 싶더라고요. 누구나 아는 대기업 말고도 좋은 기업들이 많을 텐데 싶어서 공부를 시작했어요. 공부하는 김에 이왕이면 자격증도 따야겠다고 생각했죠.”

권수현 에디터는 작년 5월부터 재무설계사, 투자자산운용사, 펀드투자 권유대행 자격증을 하나씩 취득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회사에 다니며 공부를 하고 자격증을 따는 동안 배민커넥트를 시작했다.

“운동도 하면서 용돈을 벌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제가 원하는 시간에만 잠깐 할 수 있고, 공부에 집중할 때는 공부만 할 수 있으니까요.”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한 ‘배민커넥트’

권수현 에디터는 퇴근하는 길에 집 근처의 주문을 잡아서 집에 가는 길에 배달했다. 어차피 집까지 걸어가는 김에 배달도 하니 일석이조였다. 주말에는 덥지 않은 오전에 3시간, 집에 돌아와 점심을 먹고 쉬다가 오후에 2~3시간 일했다. 일주일에 10만 원 이상, 한 달에 40만 원 이상을 벌었다.

“일이 아니라 운동이라고 생각했어요. 직장을 다니면서 따로 운동할 시간을 내기가 어렵잖아요. 운동도 하고 용돈도 벌자는 마인드였죠. 배달료 몇천 원이 누군가의 눈에는 푼돈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1만 원만 있어도 더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고, 1천 원짜리 커피 대신 더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잖아요.”

권수현 에디터는 N잡을 하며 철이 든 것 같다며 웃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기 시작한 20대에는 저축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 ‘취업을 늦게 했다고 생각하면 되지’하며 마음껏 소비했다. 그리고 정작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을 준비하면서 뼈저리게 후회했다.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며 쉬고 싶었지만 저축이 넉넉하지 않았다.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을 다녀오기에도 빠듯했다.

“제가 진짜 원하는 걸 원하는 때에 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열심히 벌어서 저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N잡을 시작했죠. 부모님이 이제야 철들었다고 좋아하세요.(웃음)”






좋아하는 일을 찾는 마음이 먼저예요


권수현 에디터는 하루를 풍성하게 산다. 출근길을 합쳐 2시간 동안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에 도전한다. 퇴근길에 배민커넥트를 이용해 배달한 후 집에 돌아와 3시간 정도 인터넷 강의를 듣는다. 짬짬이 블로그 글도 쓰고, 보도자료 대행을 하며 원고료를 받는다. 이렇게 N잡러로 일하니 많이 버는 달에는 월급만큼 벌기도 한다. 주말에 친구들과 만날 약속을 잡으면 평일에 더욱 열심히 일한다.

“주위에서 많이 물어봐요. 퇴근하면 피곤한데 어떻게 또 일하느냐고요. 다 할 수 있어요. (웃음) 저도 퇴근하고 나면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았는데 막상 해보니 시간이 의외로 많아요.”

권수현 에디터는 N잡러로 살아가려면 주위의 말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저한테도 ‘얼마나 번다고 그렇게 일을 하냐’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말에 휩쓸렸으면 저도 금방 그만두었겠죠. 하지만 재미있게, 오래 하니까 큰돈이 되더라고요.”

권수현 에디터는 N잡으로 일확천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말한다. 게다가 본업에도 지장이 생긴다. 돈이 되는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찾는 마음이 먼저다. 여러 경험을 해보다가 나에게 맞는 즐거운 일을 찾아서 계속하는 편이 좋다는 뜻이다.

“지속 가능한 N잡러가 되려면 자신만의 속도를 유지해야 해요.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내가 원하는 삶을 천천히 그려가시면 좋겠어요.”

자신만의 속도에 맞춰 살아가는 권수현 에디터. 멋있는 사람이란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풍성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걸 그에게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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