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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 Lesson

“주중엔 직장인, 주말엔 여행 작가, N잡러로 사는 법”

온오프라인편집숍 온라인사업본부장 & 여행작가 이주영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몇 개의 직업을 경험하게 될까? 4차 산업혁명부터 동학 개미의 난, 코로나19까지 모든 분야가 급격한 변화를 맞는 요즘, 평생직장의 개념은 물론 직업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은퇴 이후의 직업에 대한 고민을 넘어 여러 직장에서 전업과 겸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N잡러가 증가하는 추세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온오프라인편집숍 온라인사업본부장으로, 주말에는 <나홀로 여행 컨설팅북>, <타이완 셀프트래블> 등을 펴낸 여행작가로 살면서 일찍이 N잡러가 된 이주영 님을 만나 N잡러의 삶을 들여다봤다. 글_배나영(자유기고가)




취미였던 여행이 두 번째 직업이 되기까지

“이미 10년 전부터 저는 N잡러였어요. 전산을 전공한 프로그래머이자 사회초년생으로 일하면서 프로젝트 하나가 끝나면 휴가를 내서 해외여행을 다녔죠. 여행 다니면서 찍은 사진을 당시 싸이월드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열심히 올렸어요.”


미니홈피가 유행하던 시절이라 스마트폰도 없을 때였다. 여행을 기록하기 위한 소형 디지털카메라를 구입해 사진을 찍고 미니홈피와 블로그에 올리면서 글을 덧붙였다. 어느 날 블로그에 쓴 글을 봤다며 한국관광공사에서 연락이 왔다. 여행 사진과 글을 처음 기고하고 원고료를 받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여행 콘텐츠를 만들어 돈을 벌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못 했다.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여행사에서 미니홈피에 올린 사진을 보더니 회사 홈페이지에 사용하고 싶다고 했다.


그 후 여행사에서 보내주는 여행에 종종 따라가 사진을 찍어주곤 했다. 그제야 ‘어머, 이게 돈이 되는구나.’ 싶었다. 이주영 작가는 주말마다 여행을 다니며 블로그에 차곡차곡 글을 쌓았다. 그랬더니 출판사에서 글을 모아 책을 내자는 연락이 왔다. 본격적으로 글을 써서 첫 책 <주말에 어디가?>를 냈다.


“저는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주말에 여행을 다니면서 싹 풀었어요.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겠지만 저는 가만히 있는 것보다 밖에 나가 돌아다녀야 충전이 되는 스타일이거든요.”



N잡을 가능하게 한 퇴근 후 3시간


“퇴근하면 집에서 뭐 하세요?”


이주영 본부장이 진지하게 묻는다. 채용과 면접 과정에 관여하며 젊은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이주영 본부장은 ‘저녁이 있는 삶’이 과연 무엇을 원하는 삶인지 꼬집는다.


“냉정하게 말하면 ‘저녁이 있는 삶’을 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유롭게 먹고 노는 시간을 원해요. 제가 만나본 20대, 30대의 젊은 직장인들 중에는 저녁 시간을 제대로 쓰는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N잡을 위한 특별한 노하우는 없어요. 전 주말과 저녁 시간을 활용했을 뿐입니다.”


이주영 본부장은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편이지만 평일에는 약속이 있는 날을 빼면 매일 저녁 9시에서 12시 사이에 책상 앞에 앉는다. TV프로그램도 좋아하는 몇 개만 정해놓고 본다. 습관처럼 늦어도 저녁 10시에는 컴퓨터를 켜고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거나, 메모를 하거나, 좋은 글을 읽는다. 그리고 다음 날의 출근을 위해 12시가 넘으면 잠자리에 든다.


“해외 여행서를 쓰는 작가들 중에는 2~3달씩 해외에 머물면서 취재하고 글을 쓰는 분들이 많아요. 저는 회사를 이직하느라 잠시 쉴 때 <타이완 셀프트래블>을 썼는데요, 완벽하게 동선을 준비해서 취재를 하고 돌아오는 일정이 보름을 넘지 않았어요. 한국에 돌아와 글을 썼죠.”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체력과 비용을 꼼꼼하게 관리해야만 N잡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좋아하는 일을 지치지 않게 꾸준히


남들은 여행작가라는 직업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아무리 여행이 좋아도 여행작가의 수입만으로는 생활이 가능하지 않다. 그리고 이주영 작가가 N잡을 영위하는 이유는 비단 소득의 문제만은 아니다. 그는 회사를 쉬면서 책을 쓰는 동안 자신의 에너지가 너무나 넘쳐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회사를 다니면서 여행작가를 겸업하다가 여행작가로만 활동하니까 저의 넘치는 에너지가 아깝더라고요. 충분히 두 가지 일을 할 수 있다면 같이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죠.”


이주영 본부장은 지금의 직장에 입사할 때도 여행작가임을 명확하게 밝혔고, 상사들은 아웃도어 관련 상품을 다룰 때 시너지가 나겠다며 오히려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주영 본부장도 한국의 기업 중에는 외부활동을 반기지 않는 기업들이 있다는 걸 안다. 그래서 N잡을 제대로 영위하기 위해서는 직장에서 맡은 일을 성실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여행을 다녀와서 상쾌한 마음으로 재충전하고 회사 일을 더 열심히 하는 이유다.


“자신이 어느 정도의 에너지를 갖고 있는지 알아야 하고, 에너지를 스스로 충전하는 방법을 알아야 해요. 자신의 에너지를 어떻게 충전하는지 모르면 N잡러를 하기 어려워요. 얼마나 즐겁게 오래 지치지 않게 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거든요.”


이주영 본부장은 주중에는 프로페셔널하게 일하고, 주말에는 여전히 여행을 다닌다. 자신을 충전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즐겁게 꾸준히 해나가는 삶, N잡러의 기본을 실천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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