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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와 수납도 이제는 전문가 시대

정리수납전문가 정경자(덤인 대표/한국정리수납협회 회장)


집안일로 여겨지던 정리와 수납이 직업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2015년 정리수납 컨설턴트가 한국직업사전과 고용노동부 신직업에 선정되면서 이 분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정리수납전문가는 어떤 일을 할까? 한국정리수납협회 회장이자 국내 최초의 정리수납 컨설팅 전문기업 ㈜덤인 정경자 대표를 만나 정리수납전문가의 세계에 대해 알아보았다.




공간을 업그레이드해주는 사람
정리수납 대행을 넘어 시스템을 만들다


“정리수납에도 전문가가 있나요?” 혹자는 이렇게 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정리수납전문가는 이미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된 직업이다. 정경자 회장 역시 2000년에 직장생활 중 주재원으로 파견을 갔던 캐나다에서 정리수납전문가의 세계를 처음 접했다. 언젠가는 한국에도 이러한 일이 필요해질 거로 전망했던 정 회장. 2003년부터 창업의 꿈을 꾸며 사업을 준비했지만, 그때만 해도 국내에서는 비용을 지급하고 정리수납을 의뢰한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 정리수납 매뉴얼과 교육 교재를 개발하며 기회를 보던 정 회장은 2011년에 한국정리수납협회를 처음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정리수납전문가를 양성했다.


“사업을 준비하면서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국내에서는 정리수납전문가를 직업으로 인식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변에도 전문가들이 없었죠. 그래서 협회를 만들어서 전문가를 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정경자 회장은 정리수납전문가를 “공간을 업그레이드해주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공간에 들어차 있는 물건을 지혜롭게 재배치하기만 해도 공간의 가치는 올라간다. 정리수납은 청소와는 다른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바닥을 열심히 쓸고 닦는 사람이라도 정리수납은 제대로 못 할 수도 있다. 어떤 물건을 사용하려고 했을 때, 바로 찾아 쓸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정리수납전문가들이 하는 일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직업
전문성 강화 및 입증을 위해 자격증 취득


직업으로서 정리수납전문가의 장점은 성별과 이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열려 있다는 것이다.실제로 협회를 통해 교육 받은 수강생 중 최연소자는 10세 초등학생이고, 최고령자는 84세다.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장에 투입되어 활동하는 이들 중에는 60대도 적지 않다. 디자인 감각이 있으면 활동하기에 더욱 유리하다. 그런 점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20~30대라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정경자 회장은 정리수납전문가가
“다른 사람이 일할 기회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일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직업”이라고 말한다.


자격증이 있어야만 정리수납전문가로 활동할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필요한 매뉴얼을 숙지하고 정리수납 기법을 익히려면 일정 기간 훈련을 받는 것이 좋다. 자격증 취득 여부는 고객들이 정리수납전문가를 선택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다. “정리수납전문가 자격증은 크게 1급과 2급으로 나뉩니다. 2급 과정을 이수하면 자신의 집을 스스로 정리할 수 있는 기초적인 훈련을 받을 수 있어요. 1급 과정은 대고객 서비스가 가능한 전문 직업인으로서 훈련을 받습니다. 한국정리 수납협회에서는 강사 과정도 운영하고 있는데요. 강사가 되면 정리수납전문가를 희망하는 분들에게 정리수납 노하우를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됩니다.”



98㎡ 기준 7~10명 전문가 투입
팀워크와 서비스 마인드 필수


물건을 세분화해 체계를 만들고 재배치하는 일이기에, 정리수납을 하는 데 필요한 인력은 예상외로 많다. 98㎡(약 30평) 크기의 집이라면 최소 7명에서 10명 정도가 투입된다. 평수가 같아도 집 안에 있는 물건이 많으면 서비스 내용이나 비용에도 차이가 발생한다. 그래서 정리수납 컨설팅은 반드시 사전 방문상담이 필요하다. 팀 단위로 일하기 때문에 팀워크도 필수. 사람을 상대하는 일인 만큼 서비스 마인드 역시 갖
추어야 한다.


기회는 더욱 많아지고 있다. 개인 고객과 계약해 일할 수도 있지만,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를 기획하는 기업과 연계해 대규모 계약을 수주하기도 한다. 가전업체의 냉장고 정리 서비스, 가구업체의 수납 시스템 서비스, 건설회사의 정리수납 컨설팅 지원 등 진출 분야도 다양하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가 늘어나는 요즘, 정리수납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국내 정리수납전문가 숫자도 많아
졌다. 현재 한국정리수납협회에 등록된 회원 수만도 5만 6천여 명에 달한다. 언젠가부터 포장이사가 대세가 된 것처럼, 머지않아 정리수납 서비스도 자연스러워질 날이 올 것이다.



* it's new는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표한 미래 유망직업을 소개하고, 한발 앞서 그 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인터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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