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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BM 민선식 대표 “일본, 한국 영어교육에 자극…영어마을 뜨거운 반응

박순욱의 기업인 탐방 12 민선식 YBM홀딩스 대표


“일본 영어마을, 중·고생 수학여행 필수 코스 될 것
TOEIC이 입시·입사 수단이 돼 안타깝다”



▲ YBM 민선식 대표는 “영어는 시험 요령에 매달려서 실력을 올릴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외국어는 반복해서 부단히 반복 연습해 말이든 글로든 재생할 수 있는 능력까지 키우는 훈련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C영상미디어 이신영



국내 영어교육의 선구자인 YBM이 지난해 11월 일본에 문을 연 ‘오사카 영어 마을’이 순항하고 있다. 한국엔 영어마을이 생긴 지 10년이 넘었지만 일본에선 이곳이 처음이다. 공항, 식당, 경찰서, 방송국 등 20여개의 시설 미니어처를 만들어 놓고 학생들이 원하는 곳을 돌며 상황에 맞는 영어 회화를 배우는 방식이다. 개관 이후 현재까지 누적 방문객수는 6만 3000명을 넘어섰으며, 올 한 해에만 5만 7000명을 넘었다.

민선식 YBM홀딩스 대표는 “일본 영어마을이 개원한 지 이제 10개월이 지났다”며 “일본이라는 나라가 굉장히 보수적인 사회라는 점을 감안하면 영어마을에 대한 반응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일례로, 일본의 중학교·고등학교에서 수학여행을 오사카 근처로 오면서 하루 동안 영어마을 체험을 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민선식 YBM 대표를 서울 YBM 본사에서 만나 최근 외국어 교육 동향과 외국어가 우리 생활에 갖는 의미 등을 물어봤다.

민 대표 가족은 ‘하버드 패밀리’이다. 민 대표가 하버드대 박사 출신이며, 세 자녀 모두 하버드를 다녔거나 다니고 있다. 장녀 지영(28) 씨는 하버드대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했으며, 차녀 지수(24) 씨는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하버드대 3학년인 막내 병훈(21) 씨는 응용수학을 전공하고 있다.


한국에 비해 일본의 조기 영어교육이 늦은 배경이 뭔가요.

“한국의 경우, 조기 영어교육은 1990년대 김영삼 대통령 정권 시 ‘세계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중국도 같은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사전 준비를 너무 철저하게 하는 경향이 있어서, 너무 잘하려 하다 보니 오히려 과감한 시작을 쉽게 못하는 겁니다. 이전에 어렸을 때부터 영어를 배우는 교육이 없었던 지라, 위원회 등을 만들어 ‘어떤 교육이 적합하고 그 효과는 어떨지”를 가늠하는 분석과 연구를 하면서 거의 10년 이상의 시간을 보냈고 한국은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도 일단 시작한 게 큰 차이점이었습니다. 당시 국내에서는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교육을 받은 교사들이 거의 없어 선생님들이 수업시간에 원어민 발음과 설명이 들어간 비디오 테이프 등을 틀어주며 학습을 지도하는 식이었습니다.”



영어교육이 한국보다 늦었다는 반성을 일본이 지금 하고 있겠군요.


“일본도 이제 본격적으로 초등학교에서 영어교육을 시작했습니다. 영어교육을 시작하는 나이가 너무 늦고 또 양도 부족하다는 반성의 이야기가 최근 몇 년 전부터 교육계보다는 실은 경제계에서 나오게 되었습니다. 일본경제신문 등을 보면, 삼성전자가 옛날에 자기네 산요 같은 회사에 하청하던 회사인데 글로벌 마켓에서 삼성은 쭉쭉 뻗어 나가고 있고 현대 기아차도 미국에서 마켓 점유율이 막 올라가고 있는데, 일본 기업들은 왜 한국 기업에 이렇게 밀리는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그 대답으로 낸 결론이 ‘영어’였습니다. 일본의 기업들은 국제부라는 부서가 따로 있어서 국제 시장은 그들이 다 담당을 하지만, 한국의 삼성·현대 이런 대기업은 일반 부서에서 국제 업무까지 총괄을 하며 젊은 중반 간부들부터 아래 말단 사원까지 영어로 업무를 보더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한국이 어떻게 해서 그런 인력을 양성했느냐를 조사해 보니, 어려서부터 영어 조기교육을 받고 커 올라온 젊은층이 대학 가서는 해외 연수가고 하면서 성장한 경험에서 한· 일 간의 차이가 나는구나 해서 일본의 영어교육을 바꾸자 이렇게 된 거죠.”

1991년부터 YBM 대표를 맡고 계신데, 그동안 회사 사업 구조는 어떻게 변했나요.

“저희 사업 분야는 출판 및 시험, 학원, 온라인이 있고 그 외에 국제학교를 포함한 기타사업이 있습니다. 현재 출판 및 시험이 약 40%, 학원이 약 35%, 온라인 사업은 일부는 출판, 일부는 학원 사업에 해당되는데 매출로는 약 15%, 나머지는 국제학교 등이 차지합니다. 제가 회사를 맡은 게 1991년부터인데 그때는 출판의 비중이 60%, 학원이 10~15% 그리고 서울음반이라고 음반회사가 있었어요, 그게 한 25% 그리고 토익 시험은 그 당시에는 1년에 10만 명 보니까 미미했습니다. 과거에는 출판 위주였다가 2000년대 들어오면서 사업구조가 급속하게 바뀌면서 출판사업의 비중이 줄어들고 학원과 시험이 굉장히 커졌습니다. 음악 부문은 인터넷의 등장으로 사업이 어려워져 매각을 했습니다.”

최근 회사가 의미 있는 성장을 하지 못하는 이유를 어떻게 봅니까.

“3년 동안 거의 성장이 없어서 답답합니다. 얼마 전에 재미있는 데이터를 하나 봤습니다. 전 국민의 신용카드 사용액을 보니까 일년 동안 사교육에 쓴 돈이 한 15% 줄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 이유를 한 세가지 정도로 생각합니다. 첫째, 학생 숫자가 줄어드는 것이 가장 클 것입니다.

둘째, 입시제도의 변화입니다. 우리나라에 많은 영어학원들이 있는데 말이 영어학원이지 실은 입시용 영어시험 준비 학원들이 많습니다. 옛날에 한창 흥했던 특목고 입시영어가 줄면서 영어에 대한 전반적인 사회적 관심이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셋째, 조기 영어교육과 유학이 성행하다 보니,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조기교육뿐만이 아니라 학생들이 국내에서 대학을 들어가도 최소 6개월, 1년 동안 어학연수나 교환학생으로 가지 않습니까. 그런 사람들은 다시 와서 원어민 강사로부터 기초회화를 배울 필요가 없지요. 과거에는 대기업에 다니는 분들이 승진을 위해 새벽이나 밤에 학원 다니고 했는데, 이제는 대기업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워낙 입사 때부터 영어를 잘하니까 그런 직장인의 학원 수요가 없어져서 제일 수요가 많았던 새벽반, 저녁반이 다 없어졌어요.”


▲ 일본 오사카 영어마을 중앙 과장 전경. 미국 최고 번화가의 상징인 타임 스퀘어처럼 꾸몄다. /사진 YBM 제공



최근의 한류 열풍에 영어가 일조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엔터테이너는 일반 대중과 호흡을 맞춰가는 사람들인데 요즘 엑소도 마이크를 대면 영어나 중국어로 말해요. 거기에 통역이 끼면 김이 새죠. 가수 싸이도 마이크를 대면 영어로 자기가 하고픈 말을 다 하지 않습니까. 중국에 진출하는 K-POP 한류 스타들은 중국 말을 배워가지 않습니까. 일본 J-POP이 시들어버린 이유가 갈라파고스같이 일본 국내에서만 안주하다가 우리같이 적극적으로 밖으로 나가는 찬스를 잡지 못한 것이라 생각을 합니다. 다른 예로 우리나라 골프선수들이 예전에 미국 LPGA 시합에 가서 우승하고 인터뷰하려고 하면 쭈뼛쭈뼛거려서 LPGA에서 영어 시험까지 봐야 한다 이런 소리 했는데 요즘은 다들 수상소감을 직접 이야기하지 않습니까. 저는 이러한 것이 바로 언어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문화를 확산시킨 거죠. 문화전파라는 것도 언어의 힘이 뒷받침이 돼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TOEIC이 영어 실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테스트하는 시험이지만, 영어를 가장 효율적으로 배울 수 있는 방법도 되나요.

“시험이 가지는 역할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여러 사람이 경쟁하다 보니까 개개인의 능력을 구분해서 등급을 매기는 것이고 두 번째는 자기의 강점과 약점을 판단하고 분석해 볼 수 있는 기능이라 생각합니다. 토익은 Listening 파트도 있고 Reading 파트도 있으며 각 섹션별로 테스트하는 기능이 나뉘어 있어서 시험 결과를 보면 ‘내가 부족한 부분이 어느 부분인가’를 알 수 있어서 그 부분을 보강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문법을 정리하고 단어를 외우고 듣는 연습을 하는 등 시험 공부를 하면서 영어 실력이 늘어나는 것은 자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요즘 스펙 쌓으려고 점수 올리기에 너무 치우친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네, 옳은 지적입니다. 앞서 얘기한 시험 점수로 등급을 매기는 기능이 취업 자격과 맞물리면서 점수를 따는 것이 아주 중요해졌고 이러한 현상을 너무 과하게 상업적으로 이용해 “우리가 당신의 점수를 쉽게 키워줄 수 있다” , 더 나아가 한 술 더 떠서 “실력도 필요 없다. 제대로 공부 안 해도 요령과 기술만 있으면 너희는 단기간에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과잉 홍보를 하는 업체들이 많아졌습니다. 이러다 보니 토익이 가지고 있는 순기능, 영어 실력을 평가하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스스로 보완해서 균형 있는 실력을 완성할 수 있게 하는 실력 평가의 기준은 뒷전이 되고 사회가 원하는 점수를 보여주는 수단으로만 왜곡되는 게 안타깝습니다.”

그럼, 외국어는 어떻게 배우는 게 바람직한가요.

“저는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지식과 기능의 발달, 이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식이라는 것은 단어나 문법에 대한 이해와 암기를 통한 체득이고 기능이라는 것은 이렇게 이해와 암기를 통해 체득한 내용을 말하고 글로 쓸 수 있어야 하는 능력입니다. 외국어를 공부할 때는 읽고 들어서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결국에 가서는 말도 하고 글을 쓸 수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가 자동차 운전 배울 때 자동차 구조나 이런 설명 아무리 들어봐야 결국 자기가 핸들을 붙잡고 몰아봐야 운전을 할 수 있듯이 외국어도 지식으로만 이해하면, 말하고 쓰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됩니다. 바로 여기에 제가 이야기하는 기능의 발달, 즉 자기가 계속 말하는 훈련을 하고 쓰는 연습을 반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영어교육 시장의 새 트렌드는 뭔가요.

“앞서 얘기한 대로 한국 젊은이들이 조기 유학이나 대학 재학 시에 연수나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가는 것이 트렌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향은 중국을 위주로 아시아 나라들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과거에 학원 위주의 영어교육이 근간을 이룰 때는 글로벌 영어 사교육업체 메이저들이 두세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게 없어졌습니다. 대신에 대학 등 정규 고등 교육기관에서 유학생, 교환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한 가지 트렌드라고 하면 온라인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바일폰 위주로 하는 온라인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업체들이 많이 있는데 아직까지 이렇다 할 대표적인 강자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자녀들의 영어교육을 고민하는 학부모들에게 조언을 주신다면.

“영어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시대가 됐습니다. 그런데 과유불급이라는 표현이 있듯 과하면 아이들이 흥미를 잃어 부작용이 있습니다. 많은 부모님들은 스파르타식으로 교육을 시키는데 그렇게 해서 따라오는 아이들은 그렇게 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흥미를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교육을 시키면 된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꾸준히 영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고 아이들이 흥미 있어 하면 그걸 조금 더 하도록 독려하는 게 제가 봤을 때는 제일 좋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회화 교육을 벗어나, 나이·레벨에 맞는 책들이 많이 있으니 그런 것들을 읽히고 그래서 자기의 지적 수준에 맞는 단어 세트가 머리에 들어오게 도와주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근데 이게 또 지나치면 안 되지요. 어느 강남의 학원은 초등학생에게 ‘Vocabulary 22000’을 가르쳐요. 거기에 나오는 단어는 그 학생들이 우리말로 해도 잘 몰라요. 그러니까 아이가 우리말을 배워가는 과정에 발맞춰 적절한 수준의 영어를 익히는 게 좋아요. 영어책을 통해 어휘력을 넓히는 게 중요합니다.”


◆ Plus Point: 민영빈 회장 “영어교육 자부심”



YBM은 지난 1961년 국내 최초의 영어학습 월간지 <시사영어연구>를 창간하면서부터 국내 영어교육의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 이후 55년간 YBM의 역사는 곧 한국 영어교육사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였다. 고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당시 영어신문 Korean Republic(지금의 Korea Herald)의 기자였던 민영빈 회장(창업주)은 <시사영어연구>의 집필위원을 겸하다가 잡지사 대표의 권유로 직접 <시사영어연구 잡지>를 만들게 된 것이 YBM의 출발점이 됐다. 이듬해 5·16 혁명이 터져 군사정부가 대학 졸업 자격시험에 영어를 포함시키면서 YBM 책들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시사영어연구>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1만 2000여 권의 외국어 수험서, 단행본, 잡지, 사전, 교과서, 학습지 등을 펴내 전 국민을 YBM의 독자로 만들었다. 또 1974년에 ‘뉴우월드학원’이란 이름으로 어학원 사업을 시작했으며 1983년에는 외국인 강사 7명을 데리고 회화전문 어학원 ‘ELS’를 개원했다. 또 1991년 국내 최초 어린이 영어교육 전문학원인 ‘ECC 어린이 영어교실’을, 1996년에는 영어로 가르치는 미국식 유치원과정 ‘PSA’를 열었다. 또, 1982년 TOEIC 시험을 주관하기 시작해, 연간 응시생 200만 명 규모로 키웠다. 2000년에는 한국외국인학교(KIS)를 개교한 데 이어, 2011년에는 제주 한국국제학교를 설립했다.

민영빈 회장은 2011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한국에 영어교육이 뿌리를 내린 것은 130년이 됐지만,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것은 최근 50년간이고 그 과정에 YBM이 실용 영어교육을 통해 크게 기여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글 박순욱 선임기자 | 조선비즈


*기사 출처

[이코노미 조선] YBM 민선식 대표 “일본, 한국 영어교육에 자극…영어마을 뜨거운 반응”(201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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