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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태윤 기자의 JOB Story

국제기구에서 일하려면? ‘지식’, ‘경력’, '경험'으로 다져진 ‘내적 근육’ 갖춰야

국제기구 진출을 위한 Tip


“유니세프가 직원을 뽑을 때 가장 중시하는 덕목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헌신’입니다. 안정적인 삶, 명예, 연봉이 중요한 가치관이고 부모님의 기대 또한 그런 것이라면 과연 국제기구가 나와 맞는 곳일까를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합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의 김경선 청소년 프로그램 총괄담당자가 국제기구 진출을 꿈꾸는 이들에게 전하는 말입니다. 2001년부터 세계식량계획(WEF)에서 근무 중인 박경란 구호물자 담당관은 “3D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말합니다. 그는 전쟁 중인 에리트레아 국민에게 식량을 지원하고 짐바브웨, 콜롬비아, 필리핀 남섬 등으로 옮기면서 구호물자와 생필품을 전달했다고 합니다. 박 담당관은 “위험하고(Dangerous), 어렵고(Difficult), 더러운(Dirty) 일에 직면할 준비를 하고 유엔 입사를 결심하였다”고 털어놓더군요. 실제로 그는 근무 중 화난 트럭 기사를 달래고 게릴라 단체를 만나 협상하기도 했으며, 구호물자를 전달하기 위해 6시간 동안 무거운 짐을 메고 산꼭대기에 올랐다고 합니다. 국제기구에서 일한다는 건 번지르르하고 멋진 일이 아닌 희생과 헌신, 사명감이 없으면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에 막연한 동경보다 다양하고 오랜 경험으로 ‘내적 근육’을 키울 것도 당부합니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에서 근무하는 이수진 씨는 ‘우물파기, 화장실 설치, 옷과 비누 만들기 등을 누구의 도움 없이 직접 해야 했다’며 해당 국가에 대한 역사, 문화지식 못잖게 일상에서의 경험과 남에게 무언가 줄 수 있는 능력을 학창시절에 키우라고 합니다.

또한, 홍정환 유엔인도지원조정국(OCHA) 정보시스템 담당관은 ‘학창시절 해외봉사, NGO(비정부기구) 단체, 인턴활동 등을 통해 익숙지 않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아시아 유럽재단(ASEF)에서 일하는 이선경 씨는 ‘관심 있는 국제기구의 뉴스레터를 신청하거나 해당 기구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하여 네트워크를 쌓을 것’도 권하더군요. 이미 국제기구에 진출한 한국인 선배들이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후배들을 위해 보내는 메시지’입니다. 막연하지 않고 구체적이죠?

지난 6월 30일 서울시청에서는 국제기구 진출 설명회가 열렸습니다. 올해로 9번째입니다. 외교부는 2008년부터 매년 국제기구에 관심 있는 국민을 위해 이 설명회를 개최해왔습니다. 외교부는 참석자를 위해 ‘국제기구 진출 가이드북’을 제작해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이 책을 구하여 볼 수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외교부의 국제기구 설명회가 거듭될수록 우리 국민의 국제기구 진출도 점차 활발해졌습니다. 설명회를 처음 시작한 2008년,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국민은 300명이었으나 지난해는 550여 명에 달해 두 배나 늘었습니다.국제기구 진출 설명회가 정보와 소통의 장이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이 행사를 주관해온 외교부 이장근 심의관은 국제기구 진출 준비자를 위해 5가지 팁을 소개했습니다. 그의 말을 자세히 옮겨봤습니다.


▲ 2016 국제기구 진출 설명회' 현장. 외교부에서는 국제기구에 관심 있는 국민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2008년부터 매년 '국제기구 진출 설명회'를 열고 있다.

첫째, 국제기구 진출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평소 국제기구가 필요로 하는 관심 분야에서의 지식과 경력을 축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국제기구들은 공학, 컴퓨터, 통계, 법, 개발, 인권, 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재를 원하기 때문이죠.

둘째, 국제기구에서 근무하는 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외국어 능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합니다. 영어가 필수적이지만, 다른 언어를 잘 구사할 수 있다면 국제기구 진출에 도움이 됩니다. 최근 중동 지역에 많은 도전이 있는 관계로 현재 아랍어 구사자들에 대한 수요가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셋째, 국제기구 대부분이 정기적인 채용보다는 부 정기적으로 신규 인력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는 국제기구 웹사이트를 주기적으로 방문하여 관심 분야에 대한 모집공고가 있는지 수시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넷째, 유엔 등 국제기구 진출에는 관련 분야에서의 경력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으므로 해당 분야에서 경력을 쌓는 것이 필요합니다. 외교부에서 운영하는 JPO나 UNV 또는 국제기구에서의 인턴십 경험이 있으면 국제기구 진출 시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외교부에서는 국제기구 인사센터를 통해 국제기구에 관심 있는 우리 국민에게 국제기구 채용 정보 등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매년 개최되는 국제기구 진출 설명회뿐만 아니라 국제기구 인사 초청 간담회를 수시로 개최하고 있는 바, 이러한 정보와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결국, 국제기구에서 일할 수 있는 언어 능력과 관심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쌓고 국제기구 설명회를 통해 정보를 얻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이장근 심의관은 “올해부터 JPO(국제기구 초급전문가) 제도를 개편할 것”이라고 인사말에서 밝혔습니다. JPO는 국제기구 진출을 위한 좋은 루트인데, 기존에는 외교부에서 주관했습니다. 그런데 선발절차의 효율성과 국제기구 진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국제기구가 지원자들에 대한 평가와 시험, 인터뷰를 직접 하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아직은 JPO 개편에 대한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이 심의관은 “선발 공고 시점은 미정이나 조만간 국제기구 인사센터를 통해 개편된 제도에 대한 설명을 게재할 예정입니다. 또한, 이번 JPO 제도 개편에는 저소득층에 대한 배려도 포함될 것입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글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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