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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 읽기에 치우친 영어교육은 그만’
일본, 영어 4 Skills 기르기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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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영어교육 개혁에 나섰다. 일본 문부과학성에서 발표한 『신학습지도요령』에 따르면 2020년부터 중,고교 교육과정과 대학 입시 제도가 동시에 변경된다. 『신학습지도요령』은 1958년부터 꾸준히 개편되었지만, 교육과정과 대입제도가 동시에 바뀌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의 교육개혁이 ‘2020 교육혁명’이라 불리는 이유다.

『신학습지도요령』은 일본 문부과학성에서 10년 주기로 발표하는 교육개정안을 일컫는다. 문부과학성에서는 1958년 첫 개정부터 최근까지 시대의 교육적 요구를 『신학습지도요령』에 꾸준히 반영해 왔다. 지난 2017년 발표된 『신학습지도요령』의 목표는 ‘암기하는 교육’에서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이른바 ‘능동적 교육’으로의 전환이다. 이를 위해 문부과학성에서는 객관식으로 이뤄진 시험에 서술형 문제를 도입하는 등 다방면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대입시험에 민간 시험을 활용하는 등 파격적인 내용을 담은 영어교육 부문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다. 문부과학성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고 균형 있는 영어 학습과 평가를 이루기 위한 대대적인 영어교육 개혁을 단행했다.


빨라지는 영어교육 시작 시기, 교사 자격 기준도 강화한다

일본 문부과학성에서 발표한 영어교육 개혁안에 따르면 2020년부터 초등학교 영어교육 시작 시기가 5학년에서 3학년으로 빨라진다. 또한, 중학교 영어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거나 고등학교 토론 수업 때 영어를 사용할 수 있다. 영어 교사의 자격 기준도 강화되는데 이는 개혁안이 시행되는 2020년부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 수업을 하기 위함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에서는 지침을 발표하고 중학교와 고등학교 영어 교사가 되려면 대학졸업 때까지 영어검정 준 1급 정도의 실력을 갖추도록 제도화했다. 듣기, 읽기에 치우친 일본 영어 교직과정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방책이다. 이 밖에 교직원 지원기구를 만들고 지역별로 ‘슈퍼티처(Super Teacher)’를 뽑아 세미나를 여는가 하면 중, 고교 영어교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400여 개 학부과정과 초등학교 교원 양성과정을 운영하는 240개 학부의 교직과정 재승인 때 해당 커리큘럼 편성 여부를 반영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TOEIC, TOEFL 등 7개 민간 영어시험 도입, 달라지는 대입제도

일본의 교육개혁이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대입개혁안에 있다. 문부과학성에서 대학 입시에 민간 자격시험을 활용하겠다고 밝힌 까닭이다. 대입시험 명칭도 ‘대학입시센터시험’에서 ‘대학입학공통테스트’로 변경된다. 이에 따라 개혁안이 시행되는 2020년도부터는 일본 대입시험에 TOEIC 등 7개 민간 영어시험이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선정된 민간 영어시험들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기존 마크시트식(OMR카드를 이용하는 객관식)시험과 병행 활용된다. 시행 초기에 발생하는 혼란을 막고자 3년 의 유예기간을 둔 것이다.


* 일본 대학입시평가 개편 전후 비교

 
 개편 전개편 후
명칭대학입시센터시험(센터시험)대학입학공통테스트(공통테스트)
적용연도2019년도까지2020년도부터
출제과목6교과 30과목개편 전과 동일, 2024년도에 간소화
영어시험 평가영역2기능(듣기/읽기) 중심4기능(듣기/읽기/말하기/ 쓰기)
대학별로 민간시험 활용 방안 지정
성적처리교과별로 1점 단위로 채점 후 합계점 산출CEFR* 6단계 평가

* 출처: 월간교육 2017년 9월호 [해외교육동향] 일본 대학입학시험의 서술형 문항과 절대평가 도입
* CEFR(유럽언어공통기준): Common European Framework of Reference for Languages의 약자.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영어 레벨로서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국가의 영어 학습자를 대상으로 한다.



일본 문부과학성에서는 선정된 7개의 민간 영어시험 점수를 국제적 어학 능력 기준인 CEFR의 총 6단계로 표시한 대조표를 공표했다. 일본의 각 대학에서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마크시트식 시험과 민간 시험 중 하나를 선택해 가점 등의 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 수험생들은 4월~12월 사이에 최대 2회 응시할 수 있고, 학생들이 제출한 점수는 CEFR의 총 6단계로 재구분되어 대학으로 송부된다. 문부과학성에서는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언제, 어떤 민간 영어시험을 응시하는지 조사해 시험의 공정성, 편의성 등 향후 과제로 거론되는 요소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부과학성 관계자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매년 50만 명 이상이 보는 대입시험에서 응시자의 영어 말하기 실력을 측정하는 것은 어렵다’며 민간 영어시험을 활용하는 이유를 밝혔다. 또한, ‘영어를 균형 있게 익힐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학생들의 영어 말하기·쓰기 능력이 듣기·읽기와 비교했을 때 현저히 떨어진다’고 대학개혁의 배경을 설명했다.


목표는 ‘균형’, 듣기읽기에서 4 Skills로
영어교육 붐으로 어학 비즈니스 시장도 팽창할 것


일본 정부가 영어교육 개혁을 단행하는 이유는 균형 잡힌 영어교육을 시행하기 위해서다. 듣기, 읽기에 치우친 현재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영어의 4 Skills(듣기‧읽기‧말하기‧쓰기)을 고루 가르치고 평가하여 미래를 대비하는 영어 실력을 기르겠다는 것이다. 시행을 앞두고 공정성, 형평성 등 여러 문제점이 거론되고 있지만 일본 학습지도요령을 만든 중앙교육심의위원회 전 위원장 안자이 유이치로(安西 祐一郎)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부작용이 무서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확고한 개혁 의지를 밝혔다.

또한, 『신학습지도요령』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문제점에 집중하기보다 제대로 채점할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육계 관계자들은 개혁에 따른 영어교육 붐으로 일본의 어학 비즈니스 시장이 급격히 팽창할 것으로 예상한다. 일본의 시장조사기관인 야노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일본 내에서 영어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일본 어학 비즈니스 시장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연평균 2%씩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2020년부터 교육개혁이 시행되면 일본 어학 비즈니스 시장의 성장세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 참고자료

“지키는 교육만으론 미래 없어 영어평가 민간에 과감히 위탁”, 한국경제, 2017년 11월 29일
“日, 2년간 219회 회의…’2020 교육혁명’ 준비”, 한국경제, 2017년 11월 29일
“영어 수업진행 목표…일본 영어교사 자격 기준 대폭 강화”, 연합뉴스, 2016년 2월 29일
“日, 영어교육 개혁…중학교부터 영어로 영어수업”, 연합뉴스, 2013년 1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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