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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 Note

타인의 문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글로벌 시대의 필수 요건 ‘상호 문화적 능력’에 대하여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시대에 살면서 우리는 어떻게 세계가 요구하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까? 그리고 교육기관에서는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어떤 노력과 역할을 해야 할까? ETS에서는 이러한 물음을 가진 전 세계 교육 기관들에 도움을 주고자 Open note(http://news.ets.org/)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교육 및 평가와 관련한 학습, 통계, 연구 자료를 공유하고 있다. Open note에는 Future of Assessment, Global English, Higher 1Education 등 8가지 주제에 따른 다양한 자료가 있다. 앞으로 YBM 한국TOEIC위원회에서는 이곳에 게재된 ETS의 최신 연구 자료, 칼럼 중 하나를 선정하여 매월 뉴스레터에 소개하려고 한다. 그 첫 번째 내용으로 글로벌 비즈니스 인재가 갖춰야 할 자질로 주목받는 상호 문화적 능력, 즉 타인의 낯선 문화를 받아들이는 능력에 관한 글을 실었다. <편집자 주>


상호 문화적 능력이란?

14년 전 미국계 기업의 인사관리 전문가였던 켄달 캘리슨은 이탈리아 지사를 첫 방문했다. 캘리슨은 그곳 직원들과 개별 회의 스케줄을 세웠고 업무와 개선사항에 대한 질문으로 대화의 포문을 열었다. 그런데 점심시간이 되자 지사 매니저가 캘리슨을 한쪽으로 데려가서 완곡한 어투로 ‘이탈리아와 미국은 문화가 다르다’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에서 가족과 개인 시간은 매우 중요한 가치이며, 업무에 관해 대화하기 전에 반드시 상대와 개인적 유대감을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고객이나 직장 동료와 한 시간 정도 대화를 한다면 ‘그중 최소 45분은 업무와 관련 없는 화제로 분위기를 형성하는 게 관례’라고 매니저는 덧붙였다.

캘리슨은 그 일은 나에게 엄청난 교훈이 됐다. 그 조언을 듣지 못했다면 나는 대화 전 분위기를 무르익게 하고 개인적 유대감을 쌓는 과정 없이 다짜고짜 업무 이야기를 시작하는 다소 저돌적이고 세련되지 못한 대화 상대가 되었을 것이다 라고 회상했다. 이후 캘리슨이 매니저의 조언대로 자신의 대화 방법을 바꾸자, 동료들은 점차 그녀에게 마음을 열고 업무환경에 대해 의미 있는 정보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현재 시애틀에 본사를 둔 오스제로의 인사부 부사장이 된 캘리슨은 이탈리아에서의 경험을 통해 상호 문화적 능력의 중요성을 배웠다. 상호 문화적 능력(Interculturalcompetence)이란 낯설고 이질적인 타문화 속에서도효과적으로 적응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개인의 능력을 일컫는다.

상호 문화적 능력은 오늘날의 글로벌한 근무환경에서 매우 중요한 기술 역량이다. 이제 우리는 다양한 국적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직장 동료, 거래처, 고객과 상호작용해야 하며 다른 가치, 믿음, 경험을 지닌 사람들과 함께 생산적으로 일을 해야 한다.

미국은 이민과 인구통계학적 변화로 인해 다양성이 높은 국가가 됐다. 미국 통계국에 따르면 현재 5세 미만의 유아 중 절반가량이 소수 민족(인종) 출신이며, 금세기 중반경이면 미국은 소수 민족(인종)이 다수를 이루는 국가가 될 것이다. 그리고 미국 노동통계청은 ‘미국 내 외국인 근로자의 비율이 2005년 15%에서 2014년 16.5%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인구구조의 변화로 인해 미국에서 상호 문화적 능력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기업 조직에서뿐만 아니라, 군대, 초중고, 대학에서도 점차 필수적인 역량으로 간주한다.


상호 문화적 능력이 있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ETS 연구진은 상호 문화적 능력의 평가 방법을 연구해왔다. 이를 위해서 상호 문화적 능력이 있음을 증명하는 여러 가지 증거 유형과 이 역량을 증진하는 프로세스와 같은 개념 구조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정의하는 과정이 선행되었다. 그리고 미 육군이 연구 파트너로 함께했다. 미국 캔자스주 포트 레번워스에 위치한 미 국방연구소의 심리학자로 근무 중인 리사리 바빈은 ETS와 함께 ‘군사 훈련을 위한 상호 문화적 능력 평가 방법’을 개발했다. 바빈은 상호 문화적 능력을 타 문화권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한 지식, 기술, 능력으로 정의했다. 다른 나라에 파병되거나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들과 한 부대 안에서 훈련하는 군인들에게 상호 문화적 능력은 필수적역량이나 다름없다.

바빈은 “세계 각국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게 입대는 매우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일부 군인들의 경우, 매우 다른 문화권이나 이민 가정 출신인 동료들과 한 부대 안에서 생활할 때 긴장 상황이나 마찰을 경험할 수 있다.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하는 가정교육

바빈에 따르면 2개 국어를 사용하는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은 두 가지 상이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에 이미 익숙하다. 또한, 문화가 완전히 다른 국가로 파병될 경우에도 문화적 융통성이 없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나은 듣기 능력, 관찰 능력, 긍정적인 문화적 경험을 불러오는 상호 교류의 동기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ETS 학업 진로 센터의 전임연구원 제니퍼 클라펜에 따르면 상호 문화적 능력은 개인이 지니고 있는 정적인 능력과 기술이라기보다는 행동에서 드러나는 과정의 측면에 가깝다. 상호 문화적 능력이 있는 사람은 새로운 문화에 대한 정보를 꾸준히 습득하고 평가하며 필요에 따라 기존의 생각이나 믿음을 수정한다.

클라펜은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일수록 상호 문화적 능력을 습득하기 쉽다’고 말한다. 이들은 새로운 정보나 관점을 더욱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때문이다. 반면, 폐쇄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일수록 의견 차이를 좁히고 협업하는 방법을 배우기까지 더 오랜시간이 걸린다.

“상호 문화적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은 결국 동기와 개방성으로 귀결된다. 다른 문화를 접하고 싶은 동기가 있거나 새롭고 다른 시각에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정보를 얻고 잘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클라펜은 덧붙였다.


직장 내 ‘상호 문화적 능력’ 개발 훈련

글로벌 인적자원 컨소시엄을 이끄는 인사관리 컨설턴트 캐롤 올스비는 ‘상호 문화적 이해 능력과 경험이 있는 사람을 원하는 기업들이 많지만, 막상 찾기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2016년 미국 인적자원관리협회가 2,700명 이상의 인사관리 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다양성에 대처하는 역량이 부족한 입사지원자들이 많다’고 평가한 응답자의 비율이 15%를 넘었다. 다양성 존중과 상호 문화의 이해는 경쟁력의 원천이 된다. 다국적 컨설팅업체 맥킨지의 연구에 따르면 인력 다양성이 풍부한 기업일수록 더 많은 수익을 낸다. 이를 일찍이 인지한 기업들은 훈련, 멘토링, 일대일 코칭과 같은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의 상호 문화적 능력을 높이려 한다고 올스비는 말했다.


다양성과 상호 문화 이해에 대한 훈련을 시작하는 교육계



미국 교육부는 글로벌 경쟁력과 상호 문화적 능력 증진을 위한 교육과정을 발표하였다. 이 교육과정은 유아부터 초중고, 대학까지 적용되며 공감 능력, 문화적 이해, 협동 능력의 개발 및 습득을 목표로 한다. 많은 조직에서 교사와 학생에게 글로벌 역량 및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능력에 대한 교육을 제공한다.

전미 교육협회는 ‘문화 감응 교육(Culturally responsive teaching)’을 구상하기 위한 다양성 툴킷을 제공한다. 미국 남부빈곤법률센터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관용 교육(Teaching Tolerance)’은 편견 해소와 집단 내 관계 개선, 그리고 공평한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교실과 전문자료들을 모두 무상으로 제공한다. 그리고 국제교육자협회(구 국제교육기관협회)의 사무처장 케빈 호블랜드는 ‘글로벌 시대를 위한 포괄적 준비 및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상호 문화적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캘리포니아주교사협회의 인권 부서에서 컨설턴트로 근무 중인 리사 애덤스는 교육의 평등에 중점을 둔 3일간 의 전문 워크숍을 진행한다. 애덤스는 내재적 선입견, 문화적 능력, 고정관념과 사회적 특권 그리고 힘이라는 세 가지 요인이 미치는 영향 등에 관한 주제를 다룬다. 애덤스가 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한 정기 훈련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시야를 넓혀 ‘자기가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는 다른 이가 아닌 본인만의 렌즈’라는 것을 깨닫도 록 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3개의 초등학교와 1개의 중학교를 관할하는 시카고 근처의 68번 스코키 학교구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60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한다. 이 지역에서 랭귀지 코스를 운영하고 있는 바바라 말러에 따르면 영어, 우르두어, 아시리아어, 아랍어, 스페인어 순으로 많이 사용된다.

말러는 40년 전에는 유대인들이 이곳에 가장 많았으나 현재는 유대인, 무슬림, 기독교인이 똑같은 비율로 거주한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이 학교구에는 다양한 배경의 이민 및 난민 가정 학생들이 있다고 밝혔다.

말러에 따르면, 68번 스코키 학교구는 상호 문화적 능력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기 때문에 주요 교육과정에도 이를 반영한다. 또한,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는 다문화의 밤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함으로써 다양성의 의미를 되새긴다.

“우리는 이민 또는 난민 가정의 학생들이 과거와 현재의 두 가지 문화에 대한 이해 능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우리는 본래 이곳에 거주하고 있던 학생들도 ‘문화적 유능감(Cultural proficiency)’을 높이길 바란다. 왜냐하면 이 역량은 나중에 성인이 됐을 때 충분한 경제적 자산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러는 덧붙였다. 마찬가지로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들도 학생들이 글로벌 역량을 길러 취업 준비를 더욱 철저히 할 것을 강조한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애팔래치안주립대학교는 다양성과 연관이 있는 지역 봉사 활동을 수행한 학부생에게 ‘글로벌 커넥션’이라는 인증서를 발급한다. 교수와 학생들은 선입견 해소를 위한 워크숍에 참여하기도 하며 교직원들은 글로벌 콘텐츠, 문화, 언어에 관한 내용이 기존 과목에 포함되도록 교육을 받는다. 애팔래치안 주립대학교는 학생들이 국외에서도 교육받기를 독려하며 실제로 전미 대학 평균의 약 2배인 25%의 재학생이 해외로 나가 교육을 받는다.

다양성이 높은 조직에서 생산적으로 일할 능력이 있는 입사지원자에 대한 기업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대학 차원에서 ‘상호 문화적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점점 중요해진다. 이에 따라 ETS 연구진은 플로리다 공과대학교의 이문화경영연구소 연구원들과 함께 파트너십을 맺고 교육기관이 기존의 평가방법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독자적인 평가방법을 개발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기본 틀을 발표했다. 이 기본 틀은 상호 문화적 능력에 대한 혁신적 정의와 기존의 평가방법에 대한 포괄적인 개요, 그리고 새로운 평가 방법을 마련하는 데 지침을 제공한다. 이를 기반으로 ETS는 상호 문화적 능력과 다양성에 대한 새로운 평가 방법을 마련해 성취도 검사 도구인 HEIghten® Outcomes Assessment Suite에 포함했다. 기관들은 2018년 초부터 구매할 수 있다.



게임을 활용한 상호 문화적 능력의 평가와 훈련

앞으로 기업과 학교를 비롯한 많은 조직에서는 컴퓨터 게임을 활용해 상호 문화적 능력을 가르치고 평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워싱턴에 있는 아메리칸대학교의 컴퓨터 과학 조교수이자 게임 디자이너인 마이크 트레이너와 조슈아 맥코이는 ETS 연구진과 함께 게임을 활용한 평가 방법을 구축하고자 한다. 트레이너와 맥코이가 개발한 ‘소셜 시뮬레이션’ 게임의 가상 문화환경 속에서 참가자는 목표 달성을 위해 사회적 불문율을 배워야 한다. 참가자는 무수히 많은 방법으로 대응하도록 설계된 인공지능 캐릭터와 함께 상호작용하며, 그로부터 받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자신의 행동을 수정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상호 문화적 능력을 증진하는 데 필수다.


* By Lorna Collier
로나 콜리에는 교육, 기술, 비즈니스 분야의 전문작가다. 콜리에는 미국 영어교사 위원회와 디지털 교육센터에 여러 글을 기고한다.


*위 내용은 ETS Open note (http://news.ets.org)에 게재된 기사의 일부를 발췌 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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